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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흔 字의 감동

방거사 2011. 2. 3. 15:36

마흔 자(字)의 감동

방 종 현

 

  문자 메시지 신호음이 울린다. 휴대폰으로 소식을 전했으니 확인하란 뜻이다. 휴대폰의 기능이 진화되어 여러 가지 몫을 한다.

 

 

펜팔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편지를 보내놓고 답장을 기다리며 마음 졸였던 그런 때가 있었다. 요새는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이나 휴대폰으로 보내는 메시지가 대세이다.

하얀 눈 위에 루돌프가 사슴을 몰던 그림이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나 붉은색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단학이 그려져 있는 연하장을 받으면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가 어우러져 연말연시의 들뜬 기분이 들기도 했던 아나로그 시대에서 이제는 디지털 시대로 변하고있다.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은 잘 써야 유용한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전화 벨소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댄다. 우리 민요 중 밀양아리랑을 패러디 한 ‘와 이래 좋노, 와이래 좋노, 와 이래 좋노~’로 불러지는 벨소리가 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를 문상 하는 중 어떤 조문객의 주머니에서 그 방정맞은 멜로디가 울린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상을 당해 상심이 클 상주가 얼마나 불쾌 했을까 생각하니 괜히 내가 미안한 심정이 들었다.

대중이 이용하는 공연장이나 지하철, 버스 등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려 대는 벨소리는 짜증스럽다. 특히 야간열차에서 전화를 받으며 큰소리로 은근히 자기자랑 섞인 대화를 듣고(들려지는)있노라면 고역도 그런 고역은 없으리라. 그런가 하면 진동모드로 해두었다가 전화가 오면 살며시 받아서 소곤거리는 음성으로 ‘나 지금 수원 지나고 있어. 1시간 30분 후 동대구도착, 알았지? 간단명료하게 끊는다’ 그런가하면 문자를 보내는 교양미가 있는 분도 있다.

 

 

촌철살인(寸鐵殺人) 이라는 말이 있다. 짧은 몇 마디 말로 사람을 죽이기도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출장 간 신랑이 외지에서 혼자 자게 될 때 집에 있는 새댁이 ‘자기 내 꿈만 꿔’ 이런 문자 메시지 를 보냈다고 해보자. 이 얼마나 앙증스럽고 애교 있는 표현일까 더 이상의 긴 말이 필요하랴. 이런 문자를 받고 감동 받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휴대폰 메시지를 단문으로(SMS) 보낼 때는 마흔 자까지 쓸 수 있다. 띄어쓰기나 문장부호까지 쓰게 되면 30자도 채 못쓴다. 그러니 생략할 수밖에 없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 ‘아기다리 고기다리’가 되기도 하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 가신다’ 가 ‘아버지 가방에 들어 가신다‘가 되기도 하지만 요즘엔 줄여 쓰기가 보편화 되어 있어 ‘너무 좋아'가 '넘죠’ 로 ‘반갑습니다’가 ‘방가’로 표현하기도 하는 경향이라 몇 번 읽고 되읽다보면 뜻이 제대로 전달되곤 한다.

 

 

최근 나를 아는 몇몇 분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산감 익히랴 무성 튼 잎새 떨군 가을 끝자락 까치밥 너댓 어깨동무로 겨울마중 합니다. 건강을 방종현’ 여기서 이름 석 자를 빼고 건강히 지내십시오. 했으면 훨신 예의를 갖춘 글이 되었겠지만 이름을 써 두어야 찾는 수고를 덜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보내는 이의 전화번호가 뜨니까 친한 사이는 번호만 보고도 누군지 알 수도 있지만 잦은 연락이 없는 분의 메시지는 누굴까?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연전에 文學동네에서 인연을 맺은 분께서 보낸 문자 메시지가 떴다. ‘내 맘에 촛불하나 켭니다. 꺼지지 않을 정염으로 글밭 갈려 노력 하렵니다. 샘도 글 많이 쓰시길’ 모두 서른일곱 자이다. 아직 석자를 더 쓸 수 있어 이름을 남겼더라면 좋으련만 내가 아는 번호를 다 기억해 봐도 누군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바로 걸면 마음 쓰고 보냈을 이가 무안 할 것도 같아 며칠 후 안부도 물을 겸 해서 전화를 걸어서야 알아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을 넣어서 보내는것이 좋을듯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가 뜻밖에 휴대폰에 안부 글을 띄웠을 때 기쁨이 배가 된다. 감동이 잔잔히 전해지는 그런 글귀일 때는 즐거움이 오래 남아 더욱 좋고, 말로 할 때보다 문자로 전해질 때 행간(行間)의 의미까지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으니 문자 메시지를 마흔 자(字)의 감동으로 불러본다.

출처 : 달구벌수필
글쓴이 : 방거사(방종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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