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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행복한 유혹

방거사 2011. 2. 6. 13:58

 행복한 유혹

8기 방 종 현


  고등학교 학창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상을 받은 것이 나에게는 빚이 되었나보다.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접어 두었지만 어느 틈엔가 내 마음 내밀한 곳에서 글을 써보라는 글 신(神)의 유혹이 새록새록 일어나곤 했으니까.

  내가 40대일 때 솟아오르는 열정을 일에 몰두했지만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허허로운 마음을 메울 길 없을 때 대구 시인협회에서 시인대학을 개설하여 회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다음날 아침까지 밤이 아까울 지경으로 기다렸다가 등록을 했다.

  그때 만난 홀로서기의 서정윤 시인, 화가이자 시인인 박윤배 님 등에게서 시 공부를 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50대때 경주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경주문예대학과 인연이 닿아서 문학을 향한 갈증을 풀 수 있었다.

 이근식 老시인께서 개설한 경주문예대학의 문학교실은 경주, 포항에서 400여명의 문학도를 배출할 정도로 이 지방에서는 꽤 알려진 문학의 산실이었다.

  가는 곳 마다 문학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열정은 고맙게도 내 안에 있는 글 神이 유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여기고 싶다.

  이제 정년퇴직을 한 60대에, 이를테면 인생의 정리를 해야 할 이 나이에 행복하게도 달구벌 수필과 인연이 되어 문학을 향한 열정을 쏟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내가 직접 좋은 글은 못쓸지라도 남이 쓴 글을 열심히 읽어주는 양질의 독자로서의 몫도 있어야 하기에 즐거이 공부하기로 다짐해본다.


  문학에는 여러 장르가 있지만 난 수필이 좋다.

  시도 공부해 보았지만 공감대 형성이 내게는 제일 어려운 화두였다.

  서정성이 있는 시만 즐겨 써왔으나 현대시의 현란한 말 부림에서는  도저히 젊은이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고,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시어의 빈곤을 내 스스로 절실히 깨달았다.

  요즘 현대시를 쓰는 젊은 시인들의 시어는 난해해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웬만한 시는 대여섯번 정도 읽어보면 작자의 의도하는 바를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하지만 어떤 시는 정독과 숙독을 열 번을 넘게 해도 이해난이다.

  

  나는 독자가 내 글을 읽을 때 그림이 그려지는 글을 쓰고 싶다.

  나만 알 수 있는 글을 써 놓고는 독자가 이해해 주길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내 글을 읽는 독자를 하나하나를 따라다니며 설명해 줄 수는 더구나 없으니까…….

  내가 쓴 글의 마지막 마침표까지 다 읽는 독자가 내는 “햐~" 하는 소리 듣고 싶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음 ~”하는 소리는 들을 수 있는 글을 써 보는 것이 내 바람이다.

  그 역시 엄청남 바람인 줄 알면서 오늘도 용을 써본다.

출처 : 달구벌수필
글쓴이 : 방거사(방종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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