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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선비들의 노래

방거사 2011. 2. 16. 22:19

선비들의 노래

                                                                방 종 현

‘우리 방거사 님, 그 좋은 청을 썩히면 어찌 합니까’

시조창을 더 연마해서 국창에 도전해보라며 일암 선생님께서 보내온 핸드에 뜬 문자이다. 일암 은 김주호 선생님의 호다. 일암은 불가에 귀의하여 승려로 계시다가 중생 구제는 꼭 산속이 아니라 세속에서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환속하신 분이다.  경주에서 상현서당을 열고 논어와 주역을 강의하시는 경주지방에서는 꽤 알려진 유학자이기도 하다.

일암은 13 년 전 상현서당에서 논어강론을 들으러 가서 알게 된 분으로 1주일에 한 시간은 시조창을 가르쳐 주었다. 

2년을 열심히 배우다가 안타깝게도 경주근무가 끝나 시조창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시조창은 가부좌를 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서 항문에 힘을 주고 단전에서 밀어 올리며 불러야 소리가 제대로 난다. 양반 사대부 선비들이 인격을 수양하고, 심신의 안정을 얻고, 풍류를 즐겼던 노래로 여유와 멋을 지닌 품격 높은 예술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우리 선조가 즐겨 부르던 풍류의 멋이 담긴 아름다운 소리의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시조창을 정가(正歌) 또는 선비들의 노래라 한다.

민요나 노동요는 움직이면서 흥겹게 춤을 추며 불러도 소리가 되니 현대의 가요 나 유행가에 빗댈 수 있다.

민초(民草)들의 애환을 담은 노래를 민요라 한다면, 질박한 전라도 사투리로 아니리와 추임새를 섞어 청중과 함께 어울림 마당을 만들어 부르는 노래를 판소리라 한다.

판소리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얼씨구~, 아무렴~,  좋지~ 하는 등 추임새를 넣어 부르니 오페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시조창은 현대음악의 장르로 보아서 성악으로 분류해 이를테면 클래식인 셈이다.

 

선비의 노래인 시조창은 전라도지방에선 완제라 하고 충청도는 내포제, 서울경기는 경제, 영남지방은 영제로, 지방마다 창법을 제각각 달리 불러 오던 것을 석암(石庵)정경태 옹翁이(중요무형문화제41호) 한 가지 시조보(時調譜)로 천하통일을 시켰다.

시조보란 현대음악의 악보와 (樂譜)같은 것이다.

 

우리나라 에서는 철철이 경주 신라문화제니 남원 춘향제니 전주대사습놀이니 해서 전국단위로 한해 200여 곳에서 시조 경창대회가 열리고 있다.

문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경창대회가 열리는 날은 전국에서 한다하는 가객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룬다.

필자도 작년 신라문화제때 평시조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의 등수를 매기기 위해서는 한 가지 시조보로의 통합이 필요하니 새삼 석암 선생의 공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시조창은 다섯 박과 여덟 박을 번갈아가며 불러야 하는데, 초심자는 거의 중간에 도둑(?) 숨 을 쉬어야 한다.

선비들의 노래에 도둑 숨 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초심자는 대게 숨을 참지 못해 그렇게 부른다.

한 삼년은 열심히 해야 도둑 숨을 쉬지 않고 여덟 박을 부를 수 있으니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제 정년퇴직으로 시간여유도 있어 일암 선생님의 염원도 있고 하니 국창까지는 언감생심이지만 절차탁마해서 명인 명창까지는 도전해볼 요량으로 오늘도 시조창을 붙잡고 있다.

출처 : 경주문예대학(시와음악이있는집)
글쓴이 : 팔공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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