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이 국력
방 종 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소화도 잘되고 먹어도 살 로 간다.
어릴 때 들은 말 중 눈칫밥을 먹으면 손톱에 가시가 일어난다는 말은 지금까지도 궁금하게 생각한다. 내 나름대로 생각은 눈칫밥 먹을 처지면 정성인들 있었겠으며 단백질도 부족 할 테고 영양부실로 손톱에 가스라 기 가일어날 수도 있겠거니 생각을 해본다.
왕건이 지었다는 신가낭사(新嫁娘詞) 에 이런 구절이 있다.
三日入廚下(삼일입주하) : 시집 온지 사흘 만에 부엌으로 들어가
洗手作羹湯(세수작갱탕) : 손 씻고 죽을 끓이려 하는데
未諳姑食性(미암고식성) : 시어머니 식성을 아직 알지 못해
先遣小姑嘗(선견소고상) : 먼저 시누이더러 맛보게 한다.
시어머니 식성을 몰라 시누이더러 먼저 맛보게 해서 짠지 싱거운지 가늠해보려는 새댁의 정성과 지혜가 놀랍지 않은가?. 대저 음식에는 이런 정성이 있어야하는데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가다 초로 의 부인들 일행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들으려 해서 들은 게 아니라 들려지니 들은 셈인데 남편들이 정년퇴직을 한 연배의 다섯 명의 부인들이 계모임을 하기위해 가는 중 인 것 같았다.
후덕하게 생긴 한 부인이 “우리 집 양반은 삼시 세끼를 꼭 챙겨먹을라 하시니 죽을 맛이다” 하자 깡마르게 생긴 다른 부인이 “그럼 삼식이네”하자 모두 까르르 웃는다. 그러자 유난히 피부가 검은 부인이 말을 받는다. “우리 집 양반은 자기가 좋아하는 부침 게를 부치면 벌써 입이 해벌쯤 벙글 어 지는 게 꼭 어린애 같다” 라며 남편을 희화화 한다.
평생을 가족부양을 위해 생업전선에서 별에 별 눈치 봐가며 고생했을 남편이 이제 정년퇴직해서 그동안 의 노고에 보상을 받아야 할 터인데 남편들의 험담이 점입가경 이다. 먹는 것 가지고 남편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별 요리를 다 하고 있어 듣고 있노라니 내가 괜스레 화가 나기도 하여 “어험” 헛기침을 해도 오불관언이다.
먹는 문제에 딴 지를 거는 것 같다만 사람은 먹어야 살지 않나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세끼 먹으면 ‘삼식이’ 라 하대下待로 부르고 두 끼 먹으면 ‘이식이’ 라 평교어 平交語로 불러주고 한 끼 만 먹으면 ‘일식씨’ 라고 경어敬語로 부르고 한 끼도 집에서 안 먹으면 ‘영식님’이라 존칭尊稱으로 불러 준다한다. 물론 우스게 로 하는 말이겠지만 그런 말도 자꾸 쓰다보면 학습 효가 가 생기는 법이다. 우리 몸은 하루 세끼는 먹도록 길들여 져왔다. 특히 아침밥은 먹어야 생체시계가 반응하여 두뇌가 잘 돌게 해준다고 생로병사 의 TV프로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먹고 사는 문제를 삼식이 이식이니 하니 영 떨떠름하다.
나는 일찍이 부모님슬하를 떠나 중학생 때부터 대구로 유학을 왔다.
방학 때 귀향하면 그동안 하숙집 밥에 배를 곯았다는 생각이어선지 꼭 찰밥을 해서 권하며 많이 먹어야 골 메워진다하시든 어머님이 생각난다. 옛 어른들 께 선 찰밥을 먹으면 몸이 단단 해저 체력이 바탕이 되며 찹쌀은 위장병을 고친다고 믿었다. 찹쌀은 한방으로도 소화를 돕고 구토 설사를 멎게 하는 식품으로 친다. 실제로 찹쌀엔 건위제가 들어 있음이 현대과학이 증명하고 있다하니 선조들의 체험적 삶이 존경스럽다.
찰밥은 윤기가 자르르 돌며 씹을수록 입에 감기는 맛이 맵 밥과는 다르다. 처음엔 약간 십쌀한 맛이 감돌다 씹으면 씹을수록 감미가 입안에 감돈다.
한 끼 먹는 거 아무렇게 먹으면 아무려면 어떠냐 할지모르겠으나 잘 먹어야 힘이 나고 체력도 좋아지지 않겠는가? 국력도 체력에 비례한다 하지 않은가.
산해진미로 잘 먹자는 건 아니다.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자는 거다. 만든 사람의 정성도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자.
식욕이 체력이고 체력이 곧 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