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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성민이

방거사 2012. 1. 23. 19:25

꽃보다   성민이

                                                                                                      방종현

  성민이는 셋째 딸이 낳은 내 외손자이다. 사위는 공무원이고 딸은 중학교 교사로 이를테면 맞벌이 부부이다. 성민이가 태어나자 아기를 돌볼 사람이 필요했다. 친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외할머니인 집사람이 맡기로 했다. 성민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보느냐 집사람이 딸네 집으로 가서 보느냐를 두고 고심 끝에 딸네 집으로 가서 보기로 했다. 아침출근시간에 기저귀니 우유 등 아이 몫까지 챙겨 우리 집까지 데리고 오려면 힘들 거라는 생각에서이다. 우리가 귀찮아도 딸을 배려해 주기로 했다. 딸네 집이 우리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이니 다행이다. 대신 딸이 출근하기 전에 도착해야 하기에 집사람의 아침 시간은 늘 분주하다.

성민이는 잘 자라주어 아랫니 두 개가 뾰족이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배밀이를 시도하더니 어느 날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어 가 있기도 했다. 몸집도 커지고, 제 의사를 피력하기도 하여 집사람이 혼자 보기에 벅찬 모양이었다. 나도 이제 은퇴하여 시간만 축내는 처지이고 보니 틈만 나면 같이 가서 놀아주다가 그만, 성민이의 맑은 눈동자에 쏙 빠지고 말았다. 꽃이 예쁜 들 이 보다 더 예쁠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오래 보게 되면 싫증이 나게 마련인데, 인간의 꽃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우는 모습까지도 귀엽기만 하다. 옹알이 단계를 지나 좋고 싫음을 나타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성민이는 눈을 맞추며 웃기부터 먼저 한다. 우리 부부는 그 녀석을 스마일 보이라 부른다. 이젠 날만 새면 내가 먼저 성민이를 보러 가려고 아침부터 서두른다. 마치 연애 시절 애인을 만나러 가듯 맘이 제법 설레기도 한다.

살짝 올라온 아랫니 두 개를 내보이며 웃을 때 난 녀석에게 혼을 빼앗기고 만다. 깔깔거리며 웃을 땐 귀여운 입술을 덥석 깨물고 싶어 질 때도 있다. 내 자식들을 딸 셋 아들 하나로 넷을 키웠지만 이렇게 예쁜 줄 모르고 키운 것 같았다.

“친손자는 걸리고, 외손자는 업어 키워놨더니 그 공 모르니 외손자는 방앗고 다.”라는 말이 있다. 외손자는 키워봤자 제삿밥도 얻어먹을 수도 없으니 키워 놓아도 무의미하다는 뜻이겠지만. 난 그 말에 괘념치 않는다. 외손자를 키워서 무슨 효도를 바라기 위해서 돌보는 것도 아니다. 성민이가 한번 웃를 때마다 같이 따라 웃게 해주니 우리 부부에게 기쁨을 주어 그것으로 보답한 셈이니 그것으로 그만이다.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는 광고가 있었다. 현재 내 맘이 그렇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인간의 꽃인, 우리 성민이가 남의 정(情)도 받을 줄 알고, 남에게 정(情)도 나눌 줄 아는 인간미 있는 사람으로 커 주기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