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궁합
방종현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며”
예식장에서 주례가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부부로 만나 한평생을 같이 산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삼라만상 중의 인간이나 미물에도 연(緣)은 있다. 두 나무가 각기 따로 자라 이웃해 있다가 가지가 맞닿아 하나가 될 때 연리지(連理枝)라 부른다. 연리지는 두 몸이 어우러져 하나가 되니 부부간의 사랑에 비견되기도 해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연리지가 되어 한쪽 나무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다른 나무가 공급해준다. 결혼해서 부부가 되면 일심동체가 되는 우리네 인생과 같다. 나뭇가지가 붙으면 연리지(連理枝)요 줄기가 붙으면 연리 목(連理木)이다. 또한, 뿌리 쪽이 붙은 것을 연리 근(連理根)이라 하는데, 나무를 베어도 죽지 않고 밑 둥지에서 잎이 돋아나는 이유도 다른 나무로부터 뿌리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어서다. 연리지가 흔하지는 않지만, 지방 곳곳에서 연리지가 발견되고 있다. 내가 직접 본 것 중에 전북 김제 모악산 연리지와 영천 은해사 연리지와 대구 함지 산 연리지가 기억에 남는다. 연리지는 가지가 높이 결합 된 것일수록 사랑을 받는다. 왜냐면 그 나무 밑으로 연인끼리 또는 부부끼리 손을 잡고 지나면 사랑이 굳어진다고 해서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수성 못 서편 가로수에 연리목을 발견해서 열심히 알려 주고 있다. 여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나무가 진행방향으로 직립해있기에 못 알아본 것이다. 곁에 가서 자세히 보면 두 나무가 각기 가까운 거리에서 자라면서 나무줄기가 붙어 연리목이 된 것이다. 수성 못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연리 목(連理木)을 소개하면 모두가 신기해한다.
나무뿐만 아니라 물총새도 애틋한 부부애가 있다. 물총새는 여름 철새로서 가을이 되면 따뜻한 곳을 찾아 비행에 나서는데 대양을 횡단할 때에 반드시 암컷과 수컷이 한 쌍이 되어 비행을 시작한다. 어느 정도 비행을 하다가 암컷이 지치게 되면 수컷이 암컷을 업고 비행을 한다. 그러다 수컷이 지치게 되면 이번에는 체력을 회복한 암컷이 수컷을 업고 비행한다. 암수가 교대로 반복하며 드넓은 대양을 횡단하여 목적지에 이른다고 하니 얼마나 부부애가 돈독한가?. 비익조라는 새도 있다. 암수가 각기 한쪽 눈과 한쪽 날개만 갖고 있어 혼자서는 날 수가 없다. 암수가 만나야 비로소 합체해서 날 수 있다고 한다. 미물도 이러할 진데, 우리 인간은 주례 앞에서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살겠노라 다짐해놓고도 쉽게 갈라선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중국 황산을 여행하면서 본 장면이 떠오른다. 천길 낭떠러지 위에 자물통이 수백 개가 아니 수천 개가 채워져 있는 걸 보았다. 두 남녀가 서로 변치 말자고 사랑을 맹세하고 열쇠는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진다는 것이다. 열쇠를 찾지 못해 채워진 자물쇠를 열 수 없으니 둘의 사랑이 굳어진다는 뜻이다. 내가 사는 수성 못 수변공원 무대에도 쇠로 엮은 난간 줄에도 수많은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도 남녀 간 사랑의 맹세가 비슷해 웃음이 난다. 일종의 이벤트성 유희겠지만, 과연 그 연인들이 그때의 굳은 언약대로 잘 살아갈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20%나 된다 하니 5쌍 중 1쌍 꼴로 헤어진다는 셈이다. 죽음으로 갈라놓기 전에는 헤어지지 말라던 주례사(主禮辭)가 공염불이 된 셈이다. 작금 사회의 가치관에 변화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보다 경제적 여유가 많다 보니 자녀를 응석받이로 키워 아이가 원 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것도 그 이유다. 거기다 자녀를 적게 낳고 원하는 대로 다해주다 보니 부족함을 모르고 세상을 만만하게 보게 된다.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쉽게 포기해버린다. 아이들을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다 보니 외적 요인에 적응이 잘되지 않아 참을성이 결여되어간다. 비바람 눈비 맞아가며 자라야 남도 이해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낼 힘이 생긴다. 우리들의 자녀가 결혼해서 한번 맺어진 부부의 연이 한평생을 변치 않고 찰떡궁합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풍요만 줄 것이 아니라 부족함도 감내할 줄 아는 지혜도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