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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할머니의 넋두리

방거사 2012. 5. 30. 17:25

               한갓진 길섶에 혼자라 외롭습니다.

               께금발로 누구 없나 바라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짝을 만났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기에 재미가 없지요. 산꿩이울고 노루가 울때마다

           놀랐습니다. 이제 밤이 되어도 무섭지 않습니다. 나를 지켜주는 신랑이 있으니까요.

           우리는 열심히 사랑했습니다. 살림밑천인 첫딸이 태어나고 뒤따라 알토란 같은 아들을 보았습니다.

            세상이 우리 부부를 위해 있는것 같았습니다.

               큰딸이 잘생긴 청년을 데리고와서 결혼 시켜달라네요 어쩜니까 청을 들어 주었지요.

               아들도 짝을 지어주었지요. 그렇게 둘은 새로운 둥지를 틀고 우리곁을 벗어났네요.

               아이들 떠난 큰집에 두 양주(兩主)만 남았습니다.

    애기 울음소리가 멎은 산골입니다 .젊은이는 다 대처로 떠나고 늙은이만 사는 "老人國"입니다.

    갈매실 박영감은 아들 따라가고 질매제 김첨지는 딸래집으로 가고. 우리도 아들이 하도 가자해서 서울로

    가 보았더니 사람 살 곳이 못되드라고요.  차가 하도 많아 어지러워서 못살겠고 공기가 탁해서

    숨을쉴수가 있어야지요.

   골골하던 영감이 떠났습니다. 동그마니 나 혼자 남았습니다.  우리영감 理財에 어두워 그렇지 옥골선풍에

   언변도 좋았지요 . 근동 처녀들이 말카다 우리영감 잡을라고 목 메단다 했으니까요. 시대를 잘못 태어났지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적어도 한 고을은 울릴 양반인디 다 팔자소관이지요.

   어제 밤 꿈에 영감이 보이두만요.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나 봅니다.

   이 세상 마실 왔다가 잘 놀았습니다. 이제 우리 영감 곁으로 가야겠습니다.